연 가족

▪ 김정현

우리 모두 상처 받은 어린 아이를 안고 산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 연습을 하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니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고 때로는 어리석기까지 하고 크게는 실수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게 되고, 자식이 성장하면 부모가 오히려 상처를 받기도 하며 관계는 돈독하기도 때로는 소원해지기도 한다.
이번에 전시 될 석류 시리즈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온 작업이다. 자손의 번성과 번영을 기원하는 석류는 그 의미만으로도 모든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함께 힘을 합쳐 더 밝은 미래와 인류의 번영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가족끼리도 더 자주 만나지 못하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본인 또한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며 이번 전시를 준비 하였다. 전화와 이메일, 영상통화 그리고 사진으로 소통을 하며 준비한 이번 전시는 우리 두 모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감상하시는 분들도 가족 간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 배효정

어린 시절 열심히 해간 미술 숙제를 선생님이 칭찬해주시자 옆에서 친구들이 소근거렸다.
“효정이 엄마는 미술선생님이잖아. 잘 하는게 당연하지.”
늘 바빴던 엄마는 내 숙제를 봐 줄 틈이 없었다. 잘 하는 게 당연한 미술은 하기 싫어서 노래도 배워보고 춤도 배워보고 공부도 해봤는데 미술 말고 다른 쪽 재능은 없었나보다. 나는 결국 작가가 되었다.
나는 작가인 엄마가 싫었다. 작가로 살고자 하는 치열함이, 거기에서 비롯되는 엄마의 아이 같은 이기심이 나는 정말 싫었다. 난 내 엄마가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엄마였으면 했다.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 밥을 먹던 사촌 아이가 ‘이제 할머니 표 동그랑땡을 못 먹어서 어떡하냐’고 울었다. 나는 뭐가 맛있었더라... 생각해 보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대신 할머니의 새카만 손톱 밑이 생각난다. 늘 먹을 갈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시던 할머니.
엄마도 가끔 외할머니 흉을 봤다. 할머니가 너무 일 욕심이 많다고 했다. 엄마는 심각한데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둘이 똑같으면서.
애정과 애증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관계. 밉지만 결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때때로 거울 속 고집스런 내 얼굴에 엄마의 얼굴이 겹쳐진다.

김정현

각양각색
oil on canvas, 91x45cm, 2021

내가 가장 빛날 때
oil on canvas, 26x18cm, 2021

노세!노세!
oil on canvas, 162x130cm, 2021

딸의 바다
oil on canvas, 123x45cm, 2021

엄마의 바다
oil on canvas, 123x45cm, 2021

배효정

당신의 기원_딸의 바당
영상설치. 가변크기, 2021

당신의 기원_딸의 바당
영상설치. 가변크기, 2021

당신의 기원_딸의 바당
영상 디테일

당신의 기원_딸의 바당
영상 디테일 2

당신의 기원_딸의 바당
영상 디테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