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가족

공생      │

김해곤, 강술생
마네킹 조형물, 천, 흙, 고사리, 작은 생명들, 가변크기, 2021

김해곤
          현대인들은 겉모습과 외적 세계에 대단히 치중하며 살아간다. 외모를 가꾸고, 근육을 키우고, 명품을 걸치고, 고급 차를 선호한다. 여기 박제된 마네킹 조형물들은 스스로 유행에 복제되고, 유행만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과 탐욕, 욕망의 순환 회로 속에 갇혀 있는 채 불가능한 초월을 갈구하는 인간들, 모순된 욕망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황금만능주의와 권력 쟁탈이 코로나19를 만든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 19를 통해 부질없고 이기적인 욕망을 접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자연으로의 회귀가 모든 생명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역병을 통해 인간의 우월주의를 버리고 자연과 함께 존재하라는 신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6점의 마네킹 조형물은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자연의 일부)으로의 회귀를 보여주고 있으며, 정중앙의 조형물 역시 서서히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강술생
          남편의 마네킹 조형물은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5년 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년 전 마네킹의 플라스틱 표면에 흙을 입히고, 이끼를 덧붙이고, 다양한 식물 등을 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살지 않았다. 살리지 못했다. 여러 번의 실패로 인해 결국 마네킹 조형물은 비닐하우스 밖 텃밭 주변에서 방치되었다. 사실 ‘방치’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생명이 닿기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비닐하우스 바닥은 그 무엇도 깔리지 않은 흙 상태이다. 비가 많이 내릴 때면 물이 스며들어 매우 질퍽해진다. 바닥 한 모퉁이에서 초록색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올라오곤 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작은 움직임이 고사리임을 알게 되었다. 고사리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옛 땅의 오랜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마네킹과 고사리는 비닐하우스 안과 밖에서 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마네킹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왔고, 고사리는 마네킹의 피부로 옮겨졌다. 고사리를 살리기 위해 물을 열심히 주는 것이 나의 작업이었다. 그런데 마네킹 표면에 생각지도 않은 얼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지의류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마네킹의 외출은 아주 작은 생명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터’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천천히,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자연의 속도는 참으로 느리다. 모두가 자연의 속도에 맞추는 것만이 살길이고, 많은 생명과의 공생만이 이 시대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마네킹 조형물, 천, 흙, 고사리, 작은 생명들, 가변크기, 2021
공생 디테일1

마네킹 조형물, 천, 흙, 고사리, 작은 생명들, 가변크기, 2021
공생 디테일2

마네킹 조형물, 천, 흙, 고사리, 작은 생명들, 가변크기, 2021
공생 디테일3

하얀 우체통     │

김해곤, 커뮤니티 아트, 초‧중‧고 학생 & 예술가 총 43명, 2021

          가족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나, 여러 가지 사유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고민을 편지로 쓴다. 갤러리 비오톱은 잠시 가족들에게 하얀 우체통이 되어 가족들의 마음을 담아낸다.
도남초등학교 5~6학년 12명, 제일지역아동센터 초‧중‧고생 9명, 제일드림플룻앙상블 20명, 예술가 2명이 참여한 손편지, 그림편지, 음악편지를 통해 가족 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화해와 치유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도남초등학교 5~6학년
강세희, 양예슬, 이연수, 문서진, 이민호, 고하은, 김예림,
윤예서, 오해령, 박은송, 강시윤, 현민주

제일지역아동센터
윤혜리(인화초6), 송아름(동여중3), 김규림(동여중3),
배민진(동여중1), 백수빈(제주여상2), 김하경(대기고1),
고채은(인화초5), 김현건(인화초6), 강려원(인화초5)

제일드림플룻앙상블 (20명)  │   음악편지, 민요메들리

예술가  │   박연술(무용가), 문지윤(첼리스트)

도남초5 현민주

박연술(무용가) 문지윤(첼로리스트),강려원(인화초5)

제일지역아동센터 초중고 학생

마음의 면역력 │

강술생, 생태미술, 세 가족, 2021

마음의 면역력  │   강술생, 생태미술, 세 가족, 2021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예술로 극복할 수는 없을까. 평상시 내 마음의 중심이 되는 낱말이나 짧은 문장을 꺼내어 본다. 평상시 나에게 힘이 되는 말, 가족이 좋아하는 문장을 씨앗으로 적어본다. 한 알 한 알 손아귀에서 흩어진 씨앗들은 글이 되고, 힘이 되고, 생명체가 된다. 세 가족이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작은 포트에 손가락으로 꼭꼭 누르며 정성껏 씨앗을 심었고, 함께 심은 씨앗은 발아가 되어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존재하고 있다. 씨앗이 전하는 생명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마음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한다.

정옥선, 조서연  │   맛있어져라
강술생  │  애쓰지 마라
고승희  │  가족의 힘
박민준 박민솔과 부모  │  마자 가족

















정옥선, 조서연의 마음의 면역력, 2021

박민준 가족의 마음의 면역력, 2021

마음의 면연력, 씨앗이 발아된 모종, 2021